이스라엘 민족의 주권
우리나라의 제헌절은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과 더불어 5대 국경일의 하나이다. 조선왕조 건국일이 7월 17일이라, 이 날과 맞추어 헌법을 공포했다고 한다. 이 날은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한 헌법의 제정(7/12) 및 공포(7/17)를 온 국민이 경축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며 헌법수호를 다짐하는 기념행사를 거행하고, 온 국민은 가정에 국기를 게양하여 이 날의 뜻을 높인다. 그렇다면 헌법을 제정하고 공포하는 것이 어떤 의의가 있길래 이렇게 국경일로 지정해서 온 국민이 기념하고 있을까?
국가의 3요소는 국민, 영토, 그리고 주권이다. 국민과 영토는 굳이 정의를 내리지 않아도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주권'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흔히 이를 '가장 주요한 권리'로 정의하고 '국가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최고의 권력'으로 여긴다. 쉽게 설명하면 '나라의 주인 행세를 할 수 있는 권리'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는 이런 주권을 잠시 잃었던 시기가 있다. 바로 일제강점기 시기이다. 이 시기의 우리나라는 주권이 없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나라의 주인 행세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주인 행세'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책을 집필한 프랑스의 정치인 토크빌은 '주권'을 '법률을 제정하는 권리'라고 정의한다. 즉, 각 주권 국가들은 스스로 법을 제정하고, 이에 대한 다른 나라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국민들이 투표로 뽑은 국회의원들이 입법부를 구성하여 법을 만든다. 일본이나 미국의 국회의원들이 대한민국의 법을 제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일제강점기를 지나 1948년 7월 17일에 대한민국의 헌법을 공포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주권을 되찾았음을 공식적으로 전 세계에 선포한 사건인 것이다. 그러기에 전 국민이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국경일로 지정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제정되고 공포된 헌법에 따라 같은 해 8월 15일에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 이 관점으로 여호수아의 마지막 업적을 살펴보자.
여호수아가 세겜에서
백성과 더불어 언약을 맺고
그들을 위하여 율례와 법도를 제정하였더라
[여호수아 24 : 25]
여호수아의 마지막 업적은 백성들이 지켜야 할 율례와 법도를 제정했다. 즉, 이스라엘 백성의 '주권'을 행사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주권을 행사하며 제정한 법의 내용은 여호수아 24장에 걸쳐서 나와있다. 이 내용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백성이 여호수아에게 말하되
아니니이다 우리가 여호와를 섬기겠나이다
하는지라
여호수아가 백성에게 이르되
너희가 여호와를 택하고 그를 섬기리라 하였으니
스스로 증인이 되었느니라 하니
그들이 이르되 우리가 증인이 되었나이다 하더라
여호수아가 이르되
그러면 이제 너희 중에 있는 이방 신들을
치워 버리고 너희의 마음을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로 향하라 하니
백성이 여호수아에게 말하되
우리 하나님 여호와를 우리가 섬기고
그의 목소리를 우리가 청종하리이다 하는지라
[여호수아 24 : 21~24]
이스라엘 백성들이 주권을 행사하며 나라의 주인으로서 제정한 법의 내용은 공교롭게 '여호와를 섬기며 여호와의 목소리를 청종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하나님의 법을 따르겠다는 것이며, 나라의 주인 됨을 포기한 격이다. 여호수아의 마지막 업적은 주권을 행사하며 주권을 포기했다. 우리나라 100년 전의 모습을 생각해 보라. 주권을 잃은 일제강점기를 말이다. 그렇다면 여호수아는 일제에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과 같은 존재일까? 스스로 주권을 포기한 어리석은 리더일까?
여호수아의 마지막 업적은 자신들이 주인이 되는 '주권'이 아닌, 하나님이 주인 되시는 '신권'을 선택한 것이다. 우상숭배를 하지 않고 하나님만을 섬기며, 하나님의 목소리가 곧 법이 되는 민족이 되겠다는 다부진 선포를 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선포된 법을 온 백성들이 잘 지키게 하기 위해 이를 기념하는 것을 만들었다.
여호수아가 이 모든 말씀을
하나님의 율법책에 기록하고
큰 돌을 가져다가 거기 여호와의 성소 곁에 있는
상수리나무 아래에 세우고
모든 백성에게 이르되
보라 이 돌이 우리에게 증거가 되리니
이는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하신 모든 말씀을
이 돌이 들었음이니라
그런즉 너희가 너희의 하나님을 부인하지 못하도록
이 돌이 증거가 되리라 하고
[여호수아 24 : 26~27]
대한민국이 제헌절을 기념하며 지키는 것과 같이, 여호수아는 자신들의 법을 제정한 것을 기념하여 '돌'을 성소 곁에 있는 상수리나무 아래에 세웠다. 즉, '제헌석'을 만든 것이다. 이 제헌석이 세워진 곳은 세겜의 상수리나무 아래이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일어난 역사들을 살펴보자.
아브람이 그 땅을 지나
세겜 땅 모레 상수리나무에 이르니
그 때에 가나안 사람이 그 땅에 거주하였더라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나타나 이르시되
내가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 하신지라
자기에게 나타나신 여호와께
그가 그 곳에서 제단을 쌓고
[창세기 12 : 6~7]
하나님이 야곱에게 이르시되
일어나 벧엘로 올라가서 거기 거주하며
네가 네 형 에서의 낯을 피하여 도망하던 때에
네게 나타났던 하나님께 거기서 제단을 쌓으라
하신지라
야곱이 이에 자기 집안 사람과
자기와 함께 한 모든 자에게 이르되
너희 중에 있는 이방 신상들을 버리고
자신을 정결하게 하고
너희들의 의복을 바꾸어 입으라
우리가 일어나 벧엘로 올라가자
내 환난 날에 내게 응답하시며
내가 가는 길에서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께
내가 거기서 제단을 쌓으려 하노라 하매
그들이 자기 손에 있는 모든 이방 신상들과
자기 귀에 있는 귀고리들을 야곱에게 주는지라
야곱이 그것들을
세겜 근처 상수리나무 아래에 묻고
[창세기 35 : 1~4]
공교롭게 이곳은 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이 땅을 주시겠다고 약속을 해주시고 아브람이 제단을 쌓은 곳이며, 야곱이 가족들의 이방 신상들과 귀고리들을 묻은 곳이다. 즉, 하나님의 약속이 선포되고 이를 기념하여 예배를 드린 곳이며, 우상숭배하던 더러운 것들을 이 땅에 묻음으로써 더러운 죄를 버리고 거룩하게 나아가는 계기가 된 곳이다. 이곳에 이스라엘 민족의 '신권'을 인정하는 '제헌석'이 세워진 것이다. 이것이 여호수아의 마지막 업적이다.
그렇다면 이 땅 대한민국은 어떨까? 우리의 '주권'을 내세우며 각자 소견에 옳은 대로 법을 제정하고 있으며, 하나님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주일에 30분 정도 설교말씀 듣는 것을 이스라엘 민족이 '제헌석'까지 세우며 하나님의 목소리를 따르겠다고 고백한 것과 동급으로 생각한다.
"나는 하나님 말씀대로 잘 살고 있어!
나라의 법이 제정되는 것은 나랑 아무 상관없지 않느냐!"
라고 우길 사람들도 있겠다. 나라의 법을 제정하는 입법부의 구성원인 국회의원은 국민의 투표로 뽑히는 선출직이다. 즉, 이들이 만들어내는 법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지가 담겨있는 것이며, 각자 소견에 옳은 법이 제정되는 것에 대한 책임 또한 국민들에게도 있다는 것이다. 한 주권국가의 국민으로서, 그리고 하나님을 믿고 섬기는 크리스천으로서 이렇게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를 책임져야 한다. 각자의 소견에 옳은 대로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이 선출되는 것을 막아내고, 온전히 하나님을 올바르게 섬기는 이들이 국회의원으로 선출되어야 한다.
"국회의원으로 뽑을만한 사람이 없잖아!"
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이런 얘기를 하는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당신이 올바른 신앙생활을 하며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환경 속에서 하나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성실히 순종하는 삶을 살아왔는가? 그리고 이렇게 불평불만을 내뱉을 정도로 나라를 사랑한다면, 자신이 최선을 다해 노력해서 멋진 크리스천 리더가 될 생각은 안 해봤는가?
대한민국은 하나님께 너무나도 큰 사랑을 받은 나라이다. 이렇게 하나님의 사랑의 역사를 품고 있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우리의 '주권'에도 하나님의 사랑이 아름답게 녹여내는 실력 있는 크리스천 리더들이 세워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리고 우리 또한 각자의 위치에서 멋진 크리스천 리더로 세워지기를 기대한다. 리더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이 악한 세상에서 거룩한 크리스천 리더가 세워지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기적 전문가이신 하나님이 계시다. 우리가 하나님의 목소리를 청종하며 주어진 환경가운데 최선의 노력을 한다면 이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아니, 하나님께서 이런 기적을 일으키시지 않겠는가?
세겜의 상수리나무의 역사는 하나님의 약속과 아브람의 제단에서 시작되었다. 우리의 삶 가운데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고 예배의 자리로 가득 채워보자. 이런 믿음의 텃밭에 이스라엘 민족의 제헌석이 세워진 것과 같이 우리의 삶 가운데 이렇게 멋진 신앙의 열매가 맺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