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크리스천들이 세상과의 '분별'을 거룩의 지표로 생각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성경말씀은 매우 많은데, 골로새서 2장에도 이에 대한 근거가 되는 말씀이 있다.
누가 철학과 헛된 속임수로
너희를 사로잡을까 주의하라
이것은 사람의 전통과 세상의 초등학문을 따름이요
그리스도를 따름이 아니니라
See to it that no one takes you captive
through hollow and deceptive philosophy,
which depends on human tradition
and the basic principles of this world
rather than on Christ.
[골로새서 2 : 8]
이 말씀을 읽고 세상의 모든 학문은 '헛된 속임수'로 여기고 학교 공부와 담을 쌓고 살아가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아예 담을 쌓지 않아도, 자신이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이 말씀을 근거로 합리화하는 장면이 종종 눈에 띈다.
자신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실력 있는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입학하지 못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지 못하는 상황을, 주일 예배와 주중 예배에 모두 참석하기 위함과 주의 일을 더 열심히 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전형적인 무능력한 교회 오빠가 되는 길을 차근차근 밟아가는 것이다.
시험기간에 학생들 기악팀 연습을 늦게까지 시켰다고 학부모에게 컴플레인을 받자, 담당 교사는 "니들이 연습 안 하면 그 시간에 공부하냐? 공부할 학생이었으면 평소에 공부하면서 부모님한테 이런 컴플레인 안 들어오게 할걸?" 이런 말을 스스름없이 학생들에게 내뱉는다. 또한 기악팀 연습뿐만 아니라 뮤지컬 등 큰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밤 12시까지 학생들을 붙잡아놓고 맹훈련시키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위의 예들은 실제 교회에서 벌어진 실화이기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이런 사람들은 위의 골로새서 2장 8절의 말씀을 근거 삼아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시키곤 한다. 그렇다면 바울이 이런 용도로 사용하라고 골로새 성도들에게 이 말씀을 선포했을까?
철학과 헛된 속임수, 사람의 전통과 세상의 초등학문을 따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고 바울은 선포하고 있다. 맞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철학, 전통, 초등학문들은 모두 가치가 없는 배척하고 철저히 무시해야 하는 존재일까? 세상 공부를 하면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고 하니, 지옥에 가게 될까 두려운가?
그렇다면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겠다. 우리가 접근해서는 안될 것 같은 철학, 세상의 전통, 초등학문들을 따르는 것과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크리스천들이 흔히 주장하는 '분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를 구분하고 분별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철학과 세상의 전통, 초등학문에 속하고, 어떤 것이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즉, 철학, 전통, 학문에도 능통해야 하며, 그리스도를 올바르게 따르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서, 양쪽 진영 모두를 파악하고 있어야 '분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관점으로 보면 오히려 크리스천들이 세상의 공부도 세상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를 알기 위해 믿음생활은 물론이거니와 말씀묵상과 성경공부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즉, 세상 사람들보다 공부해야 하는 양이 2배~3배 이상이라는 것이다. 괜히 바울이 세월을 아끼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making the most of every opportunity,
because the days are evil.
[에베소서 5 : 16]
이 말씀의 영어 말씀을 직역하면 이렇다.
'대부분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성공시켜라. 때가 악하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하지 않고 그 기회를 놓치면 때가 악하기 때문에 악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그러기에 각자의 삶 가운데 찾아오는 기회들을 놓치지 말고 붙잡아 성공하라는 것이다. 이 말씀대로라면 학창 시절에는 공부를 해야 한다. 아니,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 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에요!!"라는 달콤해 보이는 말로 학생들을 유혹하지 말아야 한다. 교회학교 교사라면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라고 선포하고, 기도해 주고 응원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성적은 자신이 투자한 노력에 대한 결과임을 인지시키고, 학생 신분에 맞는 노력을 하도록 권면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대부분 공부를 포기하고 신앙생활이 아닌 교회생활에 올인하는 쉬운 길을 택하게 된다. 이런 학생들이 모인 곳이 교회가 되고, 세상의 관점에서는 세상의 패배자들의 모임으로 전락하고 만다. 정작 본인들은 신실한 그리스도인으로서 구원받은 의인이라는 것을 위안 삼아 세상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을 뒷담화하기 바쁘다.
사실, 철학이나 전통, 세상의 학문을 몰라도 성경공부를 열심히 하고 말씀묵상을 철저히 했다면 충분히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을 분별할 수 있다. 성경에서 벗어난 것을 하지 않으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크리스천들은 스스로 성경을 펴보지도 않는다. 그저 유명 목회자들의 설교 영상만 검색하고, 유명한 목사님의 설교를 청취한 것만으로도 이미 자신이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으로 착각하며 세상에 듬뿍 빠져서 살아가곤 한다. 이런 삶은 결코 열매 맺는 삶이 되지 못한다.
이 복음이 이미 너희에게 이르매
너희가 듣고 참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은 날부터
너희 중에서와 같이 또한
온 천하에서도 열매를 맺어 자라는도다
[골로새서 1 : 6]
우리의 삶 가운데 열매가 맺어 자라는 시점은 단순히 복음을 들은 시점이 아니라, 복음을 듣고 '참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은 날부터'라고 바울은 명확하게 선포하고 있다. 복음은 단순히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용도의 것이 아니다. 복음은 우리가 깨달아야 하고, 깨달은 대로 삶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절대 성경 말씀으로 자신의 삶을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모습 가운데 골로새서 2장 8절 말씀을 위안 삼아 이분법적으로 세상의 것은 '악'으로 규정하고 공부를 소홀히 한 부분이 없었는지 되돌아보자. 기독교 건국정신으로 대한민국을 세웠던 크리스천 리더들은 단순한 학문에만 능통했던 것이 아니라, 세상의 흐름을 읽어내며 그 가운데 '그리스도를 따르는 국가'를 세워나갔다. 그랬던 대한민국이 지금 현재의 대한민국으로 몰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모두 이 마지막 때를 밝히 비추며 다시금 그리스도를 올바르게 따르는 대한민국을 세워나가는 크리스천 리더들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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