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19장에서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시고 감람산에서 예루살렘으로 이동하신다. 그 때 예수님의 제자들은 기뻐하며 하나님을 큰 소리로 찬양했다.
이미 감람 산 내리막길에 가까이 오시매
제자의 온 무리가 자기들이 본 바
모든 능한 일로 인하여
기뻐하며 큰 소리로 하나님을 찬양하여
이르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왕이여
하늘에는 평화요 가장 높은 곳에는 영광이로다 하니
[누가복음 19 : 37~38]
그러자, 바리새인들이 그 무리 속에서 예수님께 제자들을 혼내달라고 얘기한다. 제자들이 있는 힘껏 찬양하고 있었기에, 이 바리새인들도 예수님께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외쳤을 것이다.
무리 중 어떤 바리새인들이 말하되
선생이여 당신의 제자들을 책망하소서 하거늘
[누가복음 19 : 39]
논리적으로 이 상황을 살펴보자.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는 예수님의 제자들을 예수님께 혼내달라고 한 것이다.
"어이! 베드로! 요한! 야고보!
요즘 층간소음이 사회적 이슈인데,
이렇게 크게 찬양하면 되겠어?
바리새인들이 시끄럽다고 컴플레인 하잖아!
쫌 눈치껏 조용히 해라.
음정이라도 맞으면 다행이지...
무식한게 목소리만 커서... 에효..."
바리새인들은 이런 식으로 예수님께서 그들의 간청대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제자들을 혼내실거라 생각하고 예수님께 외쳤을까?
이는 마치 국무총리를 혼내달라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쓰는 것과 같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괄하는 대통령의 제1위의 보좌기관' 이다.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하게 된다. 자신이 지명하고, 힘들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사람을 국민들이 원한다고 혼낼 대통령이 있을까?
국민청원은 대통령이 국민들과 소통하겠다고 만들어낸 제도이다. 하지만, 실제로 20만명이 동의를 한 내용에 대해서만 청와대에서 공식 답변을 하겠다고 한다. 성소수자 등 소수자를 옹호하는 정권에서 20만명 이하의 소수자들의 의견은 무시하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엿보이는 게시판이다. 초반에 올라오는 글들은 진정으로 개선을 해야하는 사안들이었으나, 최근에는 주로 불만사항을 공개적으로 토로함으로써 이슈몰이 하는 것이 주 목적이 되버렸다.
국민들은 불평과 불만을 직접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게 되면서, 중앙 집권체제를 야금야금 이루어 내고 있는 듯 하다. 원칙대로라면 각 지방을 담당하는 시장, 도지사 등이 각 지역의 문제점들을 확인하고 개선해야한다. 국민의 불만이 그 지역의 문제가 아닐 경우, 국민들이 각종 언론과 시민 운동을 통해 국민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국회의원들이 다양한 조사를 통해서 개선할 점을 찾고 법제화 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모든 불평과 불만을 청와대 게시판에 작성하게 된 것이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얼마나 편한가. 이 게시판만 들여다 보고 있으면 국민들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결국 모든 문제점의 개선을 청와대로부터 명령이 나오게 될 수 밖에 없다. 이는 모든 권력을 청와대가 가져오는 중앙집권식 통치체제의 기반을 암암리에 녹여내고 있는 것이다. 이미 국민들은 이 중앙집권체제에 300% 적응한 듯 하다.
대통령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개개인의 불평과 불만을 해결해주라고 뽑아주는 것이 아니다. 5000만명의 불평불만을 대통령 한 사람이 어떻게 다 해결해 줄 수 있겠는가. 5년 임기동안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면담만 할 것인가? 대통령의 자질 1순위가 심리상담은 아니다.
지금 현재 대한민국 국민 및 성도들은 누가복음 19장에서의 바리새인들과 동일한 행동을 하고 있다. 바리새인들이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외친 것 처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내용들이 매일매일 뉴스거리가 되고 있으며, 게시판 내용에 동의해달라고 각종 SNS에 링크를 무작위로 배포하고 있다. 이 SNS 의 링크 하나하나가 하나님 말씀이었다면 이 세상은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괜히 '전도의 미련한 것으로 믿는 자들을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셨도다' 라고 하시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지혜에 있어서는
이 세상이 자기 지혜로 하나님을 알지 못하므로
하나님께서 전도의 미련한 것으로
믿는 자들을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셨도다
[고린도전서 1 : 21]
이런 바리새인들을 향한 예수님의 답변은 역시나 바리새인들을 압도했다.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만일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 하시니라
[누가복음 19 : 40]
예수님의 제자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른다고 하신다. 이 답변을 들은 예수님의 제자들은 어땠을까? 더 큰 소리로 하나님을 찬양하지 않았을까?
오히려 예수님의 제자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른다고 한다. 영어 성경은 'Cry out' 으로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는 것이다. 성경에서 땅이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는 경우는 인간의 죄로 인해 하나님의 진노가 임할 때 이다. 즉, 예수님의 제자들의 침묵은 이와 동일한 수준의 죄인 것이다. 다시 말해, 예수 그리스도를 쫓는 이들이 하나님을 찬양하지 않고 침묵하는 것은 하나님의 진노가 이 땅에 임하는 수준의 죄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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